수십억 자산의 부유층, 한순간에 강원랜드 도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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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군에 사는 박영희(56)씨는 집 안의 연탄 쌓는 공간을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지난 5일 고한읍 외각변두리의 허름한 월셋집에는 쌀쌀한 한기만 남아있고 집안의 온도계는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차가운 방의
지름은 약 60cm 남짓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한 녹슨 깡통, 비어있는 담배 갑 전 전당포 이름이 새겨진 라이터가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보증금 없는 웰세 60만원짜리 이 허름한 집은 과거 10년 전의 박씨를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었다.
그는 수십억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이었고, 이름있는 엘리트 무용수 출신의 자영업자였다. 서울의 유명한 사랍대 무용학과(89학번)
을 졸업하고 과일 도매업을 크게 하고 있던 부친 덕분에 부족함 없이 풍족하게 자랐다. 대학을 졸업한 뒤엔 서울 광장동의 워커힐
호텔내의 극장식당 '가야금'의 고정 무용수로 일을 하기도 했었다.
결혼을 일찍하고 결혼뒤인 1996년에는 일본으로 이주하여. 사업가로의 길에서 성공하여, 일본식 선술집,마사지숍,식당 등의
매장을 9년 동안 운영하면서 큰돈을 만졌다. 그는 그 당시의 자신의 "100억원까지는 조금 안 됐던 거 같다"고 말했다.
2004년 한국에 귀국해 2년 뒤 이혼을하지만 생활 수준에는 큰 피해나 변화가 없었고, 경기도 의정부시 일대에서 갈빗집과 호프집
감자탕집 등 요식업 사업이 잘되고 있었고, 그녀의 모든것을 뺏어간 삶에 재앙은 예고없이 찾아왔다.
2007년 박씨는 친구 셋과 정선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고, 이후 친구들과 호기심으로 카지노에 들렀다. 그는 첫날 카지노에서
1억7400만원을 땄다. 박씨는 그 돈으로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22명짜리 아파트를 1억4000만원에 샀다고 했고, 그는 첫날부터
큰판에서 놀았다. "첫날 통장 잔고 5000만원 이상 인증을 하였고 카지노 VIP 회원권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박씨의 첫날 대박 경험은 그의 일상을 '카지노 출퇴근'으로 이어졌고,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근을 해,일요일 늦게
의정부로 퇴근을 했다. 아들 둘은 이혼한 전 남편에게 보냈고 매장들의 주말 장사는 종업원에게 맡겼다.
박씨는 카지노에 들러 주로 블랙잭(카드의 합이 21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카드게임)을 주로 즐겨했으며, 많이 잃을 때는
하루에 2000만원~3000만원까지 잃었으며 보통은 700만원~1000만원을 잃었다. 그래도 종종 1000만원 이상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잃는 금액에 비해 따는 금액이 적었던 그녀는 여전히 만족을 못했으며, 점점 과감하게 배팅을 해서 전재산을 탕진하는 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박씨는 강원도 태백시로 이사를 했고, 본전을 찾을 생각에, 강원랜드와 차로 20분 거리인 곳에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입이 3개월이 넘어갈 때쯤 그는 의정부에 있는 가게 세 곳을 급하게 처분했다. 가장 장사가 잘되던 감자탕집을
빼고서는 권리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처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사를 하고 나서 박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카지노를 출입했다. 오전10시 개장 시간에 입장해 게임을 하면 다음날 오전6시 폐장 시간이
돼서야 나왔으며, 금전적인 위기가 와 편도 2만원이 넘는 택시를 매일 이용하는 게 부담스러워져 강원랜드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지금 사는 강원랜드 인근의 고한읍 월셋집이다.
박씨는 10년 가까이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하고 뚜렷한 생겨 수단이 없이 살아가고 있다. 주로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몸이 아프면 쉬었다가, 다시 식당에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돈이 떨어지면 열흘 사이 10% 이자가 붙는 일명'꽁짓돈'을 빌려
도박을 한다. 조금의 돈을 따거나 식당에 나가 일을 해서 빚을 갚아았고, 또 카지노에 가기위해 돈을 빌리는 자산의 삶을
그는 '생활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정선에 이사를 와서 산 지 벌써 10년이 됐지만 박씨의 주민등록부 주소지는 여전히 의정부시다. 정선군민은 카지노 출입 휫수가
월 1회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정선군의 추산에 따르면 '도숙자(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여 노숙자가 된 사람) 1000명 추산, 택시를 몰거나 식당에서 일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고,
박씨는 "여기에 머무는 이유는 오로지 카지노 때문이다. 본전을 챙기려는 게 아니다. 좀 따서 이 동네를 뜨는 게 목표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는 정선군에 10년을 살면서 병이 들고도 돈이 없어 객사하는 도숙자를 보면 공포감을 느낀다고 했다. 박씨는 "무용하던 시절이 그립다.
처음 카지노에 발을 들인 게 후회가 된다. 하지만 카지노나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모두 자기의 잘못된 선택이다"고 말했다.
도박에 빠져 재산을 잃고 객지에서 떠돌며 노숙을 하는 이들. ‘도숙자(賭宿者·도박+노숙자)’로도 불리는 그들의 삶은 비참했다. 강원도 도박센터는 사북·고한 지역에 ‘도숙자’가 1000명 정도 있다고 추산한다. 지역 주민이 약 1만 명이니 이 지역에 사는 사람 열 명 중 한 명이 도숙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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